#1. 방콕 카오산로드　불야성이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배낭을 메고 찾아오는 이 거리는 24시간 북적인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젊은 여행자들은 아무리 늦은 시각이라도 택시를 잡아타고 불문곡직 카오산로드로 향한다. 거기에는 값싼 숙소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여행 정보가 흘러넘친다. 길거리 카페에는 밤낮 맥주와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젊은이들이 가득하고 낭만과 패기가 빼곡하다. 입구에는 경찰서가 있어 치안문제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환전소가 있고 기념품점이 있으며 편의점과 마사지숍, 여행사들이 충분하다. 점포뿐만 아니라 길거리에는 수레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싣고 1000원 좌우의 값싼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부터 태국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에 가면 저가항공을 구할 수 있고 이미 여행을 마치고 귀국을 기다리는 선행 여행자들로부터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받을 수 있다.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소통한다. 글로벌 장터인 셈이다.　　#2. 델리 파하르간즈　뉴델리역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파하르간즈가 곧바로 연결된다. 길고 긴 비행이나 기차여행에 시달린 여행자들은 파하르간즈의 골목길을 누빈다. 거기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피로에 지친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숙소들이 기다리고 있고 과일을 파는 행상, 여행물품을 구할 수 있는 가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리고 인도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섞일 수 있다. 불과 1000원 정도면 까칠한 수염을 정리할 수 있는 이발소가 있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고급호텔 로비에서 부드러운 케이크와 곁들인 카푸치노를 마실 수 있다.　숙소에서는 델리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델리에서 출발해 다른 도시로 가는 기차표와 버스표 구매를 대행해 준다. 그리고 숙소의 주인은 안전여행을 위한 주의사항을 일러주고 길거리에서 달려드는 행상들에게 바가지를 쓰지 않는 요령을 가르쳐 준다. 인도여행의 출발지는 델리의 파하르간즈다. 여기에도 각국의 젊은 여행자들은 쉴 틈 없이 오간다.　　#3. 카트만두 타멜거리　왕궁을 지나 미로 같은 골목길로 접어들면 제법 번듯한 식당과 숙소들이 밀집해 있다. 키가 큰 보리수나무가 있고 그 아래 사이클릭샤와 택시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요란한 무늬의 침대시트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케시미어 목도리까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품들을 파는 가게가 다닥다닥 붙었다. 골목길을 돌아서면 짜이를 끓여 파는 수레가 있어 그 달고 향기로운 차를 200원 정도의 돈으로 맛볼 수 있다.　네왈족 전통 목제가옥들이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가옥을 수리해서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한다. 타멜거리를 벗어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재래시장 중 하나인 아산초크로 이어진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노점상인들이 펼치는 장터는 전통가옥과 힌두사원, 좁은 골목길 풍경과 어울려 카트만두 최고의 관광자원이 된다.　#4. 경주 황리단길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신라의 향기가 가득 묻어있다. 눈을 돌리면 거대한 왕릉이 시선을 가득채우고 수십년 경주시민들이 살아온 삶의 향기가 있다. 골목길은 호젓하고 깨끗해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카페도 생기고 음식점도 하나 둘 들어섰다. 젊은 여행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성수기에는 제법 여행자들의 성소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환전소가 없고 다양한 숙소가 없다. 음식점은 놀랄 만큼 가격이 비싸다. 자동차는 여행자들 사이로 쉴새없이 오고가고 이른 밤이 되면 암흑천지로 변한다. 성수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길거리가 휑하다. 띄엄띄엄한 여행자들을 기다리기 위해 업소들이 치러야 하는 가게 세는 살인적이다. 이 거리가 언제 국제적인 여행자거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아직 갖춰야 할 인프라가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은 경주 전체가 안고 있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