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물에는 거의 모든 것이 앞·뒤가 있다. `앞`이라고 하면 얼굴·눈이 향하고 있는 쪽이나 장소를 가리키기도 하고, 차례에서 먼저 있는 편을 말하며 시작에 속한다. `뒤`는 향하고 있는 방향과 반대되는 쪽이나 장소를 말하며, 나중이란 뜻도 있다. 　사람들은 날마다 거울을 보며 앞을 다듬고 살핀다. 그 곳에 얼굴(용모)이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는 사람의 대표적인 생김새와 표정, 그리고 몸의 전부를 대신할 만한 관상이 표집되어 있다. 　낯을 찡그리고 살면 세월이 괴롭고, 마음이 편하면 하루하루가 잔치 기분으로 즐겁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은 얼굴을 숙이고 땅바닥을 보며 사는 반면에 조물주는 인간의 이마를 세워주고 바로 보며 살도록 만들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얼굴을 많이 본다. 얼굴은 신(神)의 걸작이라 한다. 눈은 마음을, 입은 육체를 드러내 보인다. 턱은 의도(생각이나 계획)를 보여주고 코는 의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다. 　인간의 인상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남자의 얼굴은 이력서요,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라 해서 얼굴에 인생사의 전부가 쓰여 있다고 하며, 남자의 얼굴은 자연의 작품이며, 여자의 얼굴은 예술작품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의 얼굴을 선택하는 자유가 없다. 생긴 것은 자신의 탓도 아니다. 부모한테서 선물로 물려 받은 것이 얼굴이다. 재주나 체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얼굴은 인간의 광고판인 동시에 비밀의 거울이다. 얼굴은 또 조물주의 위대한 조형미술이라 타 동물이 갖지 않은 것은 사람 스스로가 다듬고, 꾸미는 것인 화장술을 갖고 있다.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생활의 면모가 바뀌고 있지만 항상 뒤에 남는 것은 흔적이요 자취다. 사람은 앞의 진행보다 뒤의 결과를 더 중요시하며 산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앞에서 칭찬하고 아양을 떠는 사람이 뒤에서는 반드시 흉보고 험담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 앞일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이지만 뒤는 쉽게 노출되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늑대가 양의 가죽을 쓰고 양의 흉내를 내지만,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늑대의 발자국이다. 현명한 사람의 지혜는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다. 　정치인이나 기관장들이 재임 시에는 혁혁한 평가가 없는데 퇴임하고 나면 반드시 `뒤`에 관한 구설수가 너무 많고, 그것이 재직 시 평가의 산물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앞 보다는 결과와 자취로 남은 뒤의 성과에 찬사를 남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리석은 자는 앞길을 걱정하고, 현명한 자는 뒷일을 염려한다는 말이 그 타당성을 얻고 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인생 말년에 남긴 말이 "나의 영혼은 신에게 바치고, 육신은 땅에 바치고, 나의 유산은 미래 세대에 맡긴다"이다. 뒤가 아름다우면 동물은 가죽을, 인간은 명예가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뒤의 아름다움은 얼굴의 체면을 능가시키는 삶의 이력서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