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반만 살았으면 반만 알고 있음을 알고, 백발이 성성해 졌으면 자신의 생각도 늙었음을 알도록 하자. 젊은이들은 자신이 똑똑한 줄 알아 방자하고, 늙은이는 자신이 다 아는 줄 알아 완고하다.　` 한 학승(學僧)이 큰 스님에게 묻기를, `스님!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하자, 큰 스님이 왈 `이놈아! 개에게 무슨 불성이 있느냐` 하신다. 학승은 혼란스럽다. 분명히 경(經)에는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어느 것이 진리일까? ` 불가(佛家)의 진부한 `무(無)`자 화두에 얽힌 얘기지만, 그 모순의 참 의미를 알아 챈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논리적이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논리 때문에 스스로 논리라는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을 모른다. 좋고 나쁨 즉, 호불호(好不好)는 원래 둘이 아닌데, 이진(二進)수학 논리에서는 분명히 1(true)값과 0(false)값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있거나 없거나를 구분하는 이진 셈법이야 세 살짜리 아이도 아는 수학인데, 알만한 성인들이 유치한 수준의 이진법 논리만을 추켜들고 자신은 매우 논리적이고 똑똑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니 세상이 아니 시끄러울 수 있을까? 　우리가 좋고 나쁘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기실 양면성을 가진 것들인데, 사람들은 좋거나 싫음을 선택하기 때문에, 다투고 반목하게 된다. 가령 설탕은 달지만 건강을 헤친다. 문명은 편리하지만 자연을 파괴한다. 또 요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원자력은 에너지를 주지만 우환을 함께 준다. 혹자(或者)는 그런 것이 없을 때도 살았고, 또 지금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런 것이 당장 사라져도 지구가 망하거나 우리나라가 망할 일도 없는 것은 분명하다. 　여론조사 통계를 들어보니, 노인들일수록 좀 더 핵(核)에 우호적이고, 젊은 사람들일수록 적대적이라는 데, 왜 그런 통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노인들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안전에 관심이 부족하고, 젊은 사람들은 살날이 많아 걱정이 많은 것일까?　그런데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반대로 노인들일수록 근심이 많고, 젊을수록 안전보다는 편리함과 풍요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라면, 젊은 사람들은 반쪽만 보는 경향이 강하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양쪽을 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내 추측에 향후 백 년간만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이 지구상 위에 핵무기나 원전(原電) 같은 것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간에 배출해 놓은 핵폐기물은 앞으로 수 천년 혹은 수 만년 이상 이 지구라는 행성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많은 종류의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말이다.　당장 현재를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가, 천년이나 만년 후를 걱정하는 것도 넌센서이며, 어떤 직업 논리나 정치적 이유 등에 의한 이기심을 대의(大義)로 포장 하려는 행위도 온당치는 않다. 그리고 어떤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싸움에 덩달아 편을 가르거나,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의 동문서답, 말꼬리 잡기 논쟁도 시간 낭비다. 그렇게도 오랜 세월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고,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더니 이제 또 찬핵과 반핵은 무엇인가?　`일체중생 개유성불(一切衆生 皆有性佛)`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모든 중생 중의 하나인 개(犬)에게 불성이 없다고 한, 모순이 아닌 모순의 의미를 좀 되새겨 보기로 하자. 단어의 의미에만 집착하면 문장이 보이지 않고, 문장에 골몰하면 문맥을 놓친다.　다시 말하지만, 반만 알면서 다 안다고도 하지 말고, 다 알지만 그것이 일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