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사법부의 결정에 의해 생겨난 정권이라 해도 과언이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대통령의 파면결정을 내리지않았다면 설사 촛불민심에 따라 국회가 탄핵소추를 결의한다해도 19대대통령선거는 앞당겨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박근혜정권 집권기간의 헌재였지만 문재인대통령이 사법부 최고기관의 하나인 헌재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고 할 수 있다. 사법적 판단의 엄청난 영향력을 절감케 한 것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헌재가 박대통령의 파면을 인용하지않았다면 광장의 촛불민심이 헌정중단사태까지 초래했을지, 그에 따른 대통령 조기선거가 가능했을 것인지도 알 수없다. 비록 법제도에 의해 탄핵이 불발되었을 경우라도 촛불민심은 더 크게 타올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긴급한 최대 현안은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것이고 통합된 에너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당면한 안보위기·경제위기를 극복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심의 통합은 무엇보다 먼저 정치적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른 편가르기를 하지말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국가적 위기극복의 첫발이란 것이 국민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물론 통합이라 해서 잘못된 부분까지 무조건 두루뭉슬하게 안고가자는 것은 아니다. 나라의 구석구석에 쌓인 폐단은 청산을 하는 것이 마땅하고, 잘못된 것이 드러난 제도는 고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인적 청산의 문제는 사정기관의 중립적 판단에 의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 정권차원에서 대통령이나 권력자의 발언으로 사정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것같은 방법은 옳지않다. 　사법권은 어디까지나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행사되지않으면 사정의 대상인 당사자는 물론 일반국민들도 동의하지않을 것이다. 특히 문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공약한 인사배제비리5원칙을 지키지않은 사례가 숱하게 불거졌고 이에 비추어 과연 이 정부가 깨끗한 정부인가에 대해 모든 국민이 흔쾌이 동의하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 나마 적페세력이 적페세력을 심판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면 과연 적폐청산이 성공할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최근 한명숙전총리의 출소를 계기로 제기된 사법적페론의 경우도 여권의 적폐청산론과 전체적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법부 역시 적폐청산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2015년도 갤럽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OECD42개국 중 39위로 꼴지에 근접할 만큼 불신을 받고 있다. 사법부 적페는 청산되어야 하고 국민의 사랑과 신뢰받는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사법부의 개혁 역시 적법절차와 국민의 여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특정 정치세력의 입김이나 코드에 맞추어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또다른 적폐를 만들 우려를 낳는다. 한전총리의 경우도 증거로 제시된 `1억원짜리수표`와 대법원 전원합의에 의해 유죄가 인정되었고 이에 대해 한전총리의 재심요청이 없어 법적으로는 승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데도 여권에서는 이를"억울한 옥살이"라 했다. 추미애민주당대표는`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며 검찰과 법원을 몰아부쳤다. 여권이 사법적폐에 대한 이같이 전도된 인식으로 청산을 말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금 국회 인사청문회에는 대법원내 특정성향 모임을 이끌었던 김명수대법원장후보, 통진당해산심판에 반대했던 김이수헌재소장후보, 노골적 여편향성을 보인 이유정헌법재판관후보 등이 올라 있다. 이들이 국가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최고위직에 임명되고, 법과 원칙 보다 과거에 보였던 성향의 연장선상에서 정치편향적 사법판단을 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국가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은 생각만 해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