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910년 8월 29일은 국가적인 치욕을 겪은 국치일(國恥日)이다. 곧 우리나라가 일제에 강제 합병당한 날을 말한다. 1910년 8월 16일, 3대 통감 데라우치는 총리대신 이완용을 만나 `합방조약안`을 제시하여 합의를 본 후, 이튿날에는 내부대신 여러 사람을 만나 개별적인 승인을 받았다. 　8월 22일에 개최된 `어전회의`에서 조인을 끝낸 후 29일 이완용이 윤덕영으로 하여금 옥새(임금의 도장)를 날인하게 하고, 이를 발표함으로써 이 날이 국치일이 되었다. 지금까지 국가는 이 날을 기념일로 삼기도 어려워 주뼛 차일피일 종적이 감추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수치심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고, 창피는 체면이 사나워지거나 아니꼬움에 대한 부끄러움을 말한다. 그래서 국가나 단체, 또는 개인적인 일에는 이러한 수치와 모욕인 치욕과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자괴심 따위는 감추려고 한다.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건·사고가 많다. `부끄럽다`는 말도 양심에 거리낌이 있어 떳떳하지 못함을 느껴 스스로 수줍게 여긴다. 　부처님의 말씀에도 "부끄러워할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부끄러워하는 인간은 타인의 허위의 사상에 씌워져 있는 인간"이라고 했다. 중국 고사에 `왕광원`이라는 출세주의자가 있었다. 그는 상관에게 아첨 잘 하기로 유명해서 듣는 사람이 민망할 때가 너무 많아 그의 얼굴 가죽은 두껍기가 열 겹의 철갑과 같다고 하여 `철갑피`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얘기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녀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만이 무안을 당할 때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다. 혹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동물이라 한다. 　사회학자 테니슨이 예술가들에게 남긴 말씀 중에 "그대들이여, 인간의 두뇌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본심으로 작품을 만들어라. 인간의 본성인 수치를 생생한 예술의 빛깔로 여과 없이 그려라"고 했다. 맹자의 가르침에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다. 임시 변동으로 기교를 부리는 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쓰는 일이 없다. 사람이 남과 같지 않을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어찌 남과 같음이 있다고 하겠는가? 영국 속담에도 수치심 없는 사람에게는 양심도 없다는 말이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대두되는 것은 모방이 창작을 능가하고, 학력 위조 또는 논문표절 등이 수치스러운 것들에 하나이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 `탈무드`에 인간이 갖고 있는 한 가지 가치는 수치이다. 수치를 아는 인간은 쉽게 죄악에 떨어지지 않는다 했다. 　수치를 고백하는 양심과 명성은 두 개의 사물이며, 성공으로 가는 계단이다. 양심은 인간 스스로에게 돌려야 할 것이고, 명성은 우리의 이웃에게 돌려야 할 도덕이다. 명예는 밖에 나타난 양심이며, 양심은 안에 잠기는 명예이다. 　인간이 욕심에 얽매어 살다보면 양심도 타락하고 수치심도 면역이 생긴다. 독일의 시인 하이네는 "인간을 비추는 유일한 등불은 이성이며, 인생의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유일한 지팡이는 양심"이라 했다. 　사람의 천성이 변한다는 것은 바로 철면피가 된다는 것이다. 양심은 우리 내면에 있는 신의 음성이다. 인간 세계는 실패의 가시밭길에서 시행착오와 경험부족으로 후회는 자기 자신에게 내리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