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당론(黨論)을 정하지 않은 주된 이유가 내년 대통령선거와 관련 이익이 된다는 태도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민주당의 대변인이 내놓은 공식입장을 한번 훑어 보자. 　"내년 집권(執權)의 문제를 가장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있다. 집권 전과 집권 후에 당의 입장이 완벽하게 달라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이 이런 전략적 모호성들을 갖고 그동안 진행 과정 속에서 파생되었던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나가면서 대선주자들을 한 측면에서는 보호해야 할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인 어떤 타협, 이런 부분들 속에서 백지화(白紙化)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문제인데, 이것에 대한 고려들을 하지 않고 지금 덜컥 결정해버리는 것은 미국도 잃고 중국도 잃는 그런 상황이 예상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상에서 더민주당이 가진 전략적 모호성의 이유를 요약하면 내년 대선의 승리에 가장 유리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타협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란 계산이다. 당내의 찬반 목소리를 방치함으로써 대선에서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유권자와 찬성하는 유권자 모두에게 호의적일 수 있고 집권당의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공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대치중인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밉보이지않는 전략적 이익이 있다는 속셈이다.　이같은 셈법을 두고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은 더민주당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두둔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드배치문제가 특정 정파의 집권전략의 유불리(有不利)로만 따져서 될 일인지와 그러한 모호성이 선거에 임하는 국민에게 정당한 자세인지에 대해서는 눈을 돌려버려도 된다는 말인가? 정당의 존립이유가 1차적으로는 집권에 목적이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목적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라면 사드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먼저 분별해야 할 것 아닌가?　사드 배치문제의 전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방어전략이란 입장과 미국의 대중국(對中國)미사일 봉쇄전략이란 입장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장차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이라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북핵 등이 위협이 된다면 군사적 대비가 필수적이지만 비군사적 대체방법이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사드가 `대중국봉쇄정책`의 일환이란 논란 속에 배치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같은 방법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면 우리의 선택에는 여지가 없는 것이다. 더민주당이 미중(美中)의 타협을 기다려 사드배치가 백지화된다면 미·중과 관련한 외교적 손실을 함께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공상수준의 발상이다. 북한이 미중의 타협을 기다려 핵위협을 자제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북한의 핵 앞에 벌거벗고 있어야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틈만 나면 위협을 가하는 북한이 미·중의 타협을 기다려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북핵과 사드 문제의 논의는 어제 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이미 정부가 성주배치를 결정해 놓고 있는 마당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표를 얻겠다는 발상은 불난 집에 쌀튀밥 줏어먹으려는 심뽀아닌가? 그것도 제 집에 불이 붙고 있는데도. 외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모호성은 국익을 위한 것일 수 있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모호성은 국민을 속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배치문제는 가부 밖에 선택이 없는 데 모호성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