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교 운동장에 깔린 우레탄 트랙에 납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에 교육계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교육당국(교육부, 광역교육청)은 지금까지 `사용중지` 외에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우레탄 운동장을 지나가면서 납 성분을 마실 것이라는 공포감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납 우레탄`이 해롭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납 성분 초과 우레탄 트랙이나 농구장을 가진 학교들은 당장 이를 사용하지 않도록 줄을 쳐 놓거나 부직포를 덮는 등의 조치를 했다. 학생들이 불편한 것은 물론 체육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교육권까지 침해되는 심각한 일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납 우레탄` 문제가 불거진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이 우레탄 트랙을 걷어내는 등의 조치를 한 학교는 없다. 당장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급하게 40억원의 추경을 마련해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납 우레탄`이 있는 모든 학교에서 동시에 공사를 할 수가 없다. 납 농도가 높은 우레탄을 가진 학교부터 공사를 시작해 마지막 학교에서는 언제 교체가 완료될 지 아무도 모른다. 이래저래 학부모의 불안만 높아가고 있다.　`납 우레탄` 사태를 보면 답답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조금 비약하자면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부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 납 우레탄이 지금의 문제가 된 것은 불과 두 달 전이지만 사실 수 년 전부터 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지난 2013년 10월 어느 신문에 "도내 초·중·고교 운동장에 깔린 인조잔디뿐 아니라 우레탄트랙에서도 기준치의 26배에 달하는 납 성분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지금처럼 전국적인 문제로 번지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그 심각함이 불거지게 방치한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지금 당장의 사태는 어떤가. 학교 우레탄에만 모든 것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국의 대부분의 대학에도 우레탄 트랙이 있지만 여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다는 얘기는 없다. 공원에도, 체육시설에도 우레탄에 깔려 있다. 알고보니 초중고등 학교의 우레탄은 교육청이, 대학은 교육부가, 공원은 지자체가, 체육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고 있다. 　우레탄이 이처럼 의심을 받고 있다면 바로 정부 관련 부처들이 재빨리 모여 `모든 우레탄`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공원, 체육시설, 대학의 우레탄을 담당하는 정부와 지자체들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 　`납 우레탄`과 관련해 또 답답한 것은 전문가들의 존재다. 도데체 납 우레탄이 왜 해로운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전문가들이 없다. 학부모들은 궁금해 한다. 가장 큰 궁금점은 우레탄에 들어 있는 납이 어떤 경로로 인체에 해를 주는가이다. 가만히 있는 우레탄에서 납이 기체로 증발해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의 코 속으로 들어가는가? 비가 오면 납이 녹아나온 빗물이 사람의 피부에 닿아 그 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간단 말인가? 아니면 우레탄에 쓰러졌을 때 납이 피부에 묻어 그것이 몸 속으로 침투하는가? 우레탄에 접촉한 사람이 그 접촉 부위를 입으로 빨지도 않을 텐데 왜 해롭단 말인가…. 　의문은 이어지나 아무도 자신있게 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해롭다는 우레탄이 몇 년 간 방치돼 왔으나 아직 이로 인한 피해 사례도 밝혀진 것이 없다. 전문가들이 입을 닫고 있으니 교육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사용중지`밖에 없는 것이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납 우레탄과의 전쟁에서도 이처럼 우리는 패배하고 있고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데 재빠르고 살기등등한 북한으로부터 과연 우리 정부가 국민을 잘 보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