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시인 이육사는 광복을 염원하며 청포(靑布)를 입고 찾아올 손님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 계절의 손님은 반갑지 않았다. 아름다운 경주에 강도 5.0의 지진이 일어났고 시민들은 이곳 원전을 우려했다. 영국 브렉시트의 여진으로 경기침체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테러의 신념이 안타깝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시위가 격렬했다. 터키는 쿠데타로 수천 명의 숙청이 예상된다. 북한의 핵 위협은 사드로 우리를 분열시킨다. 폭력은 개인의 삶에도 노출되어있다.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이루려는 사랑의 폭력,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권력과 관행의 폭력, 더구나 동심에까지 전염된 폭력 사건이 불안의 구덩이로 내몬다.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내 아이는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내 남편과 아내는? 내 나라는? 우리의 인류는?　인류의 역사에 피를 흘리지 않은 때가 없었다. 대체 왜 인간은 늑대처럼 물어뜯는가? 독일의 저명한 정신분석가이자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가진 폭력성은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의 저서 `인간의 마음`에 있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인간의 폭력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평화를 갈구하는 인간이 어떻게 이 잔혹한 현대를 극복할 것인지 조금은 감이 잡힐지 모른다. 　어린이의 무의식적인 놀이에도 공격성과 파괴성이 숨겨져 있다. 생명, 재산, 자유, 존엄을 지키려는 자기 보존을 위해 반동적 폭력을 휘두른다. 타인에게 느끼는 질투와 선망에도 욕구불만의 폭력성이 존재한다. 자존심에 상처받은 약한 사람은 복수의 폭력성을, 무력한 사람은 보상적 폭력성을 드러낸다. 파괴로 자신의 무력감을 보상받는 것이다. 여기서 남을 지배하려는 충동이 생기는데 이것이 가학증의 출발이다. 이런 폭력 형태는 그나마 양성적이지만 가장 악성인 폭력 형태는 원초적인 폭력성이다. 잔인하고 짜릿한 피의 쾌감을 얻으려는 원형극장의 군중이 그렇고, 인신 제물의 기원이 그렇다. 　 프롬은 G. 플로베르의 단편소설 `자선가 성 줄리앙의 전설` 을 예로 들면서 인간은 늑대인가 양인가 물었다. 어린 줄리앙은 생쥐를 죽이고 새를 목 졸라 죽이면서 격렬한 기쁨을 느낀다. 동물을 죽이면서 격정과 흥분을 느끼며 야수가 되어갔다. 그때 그는 `네가 네 부모를 살인하리라`는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인간은 짐승이 되기를 거부하는 선택의지를 발휘한다. 줄리앙은 낙심한 나머지 동물을 죽이는 대신 군대의 지휘관이 된다. 아내를 얻고는 군대를 나와 정착했는데 그의 생활은 이상하게도 기운이 없고 지루했다. 다시 사냥했지만 짐승에 둘러싸인 그는 겁에 질려 활을 쏘지 못하고 그 길로 아내에게로 돌아가는데 그의 침실에서 자는 부모를 아내와 정부로 알고 죽여 버린다. 그리하여 줄리앙의 삶에 커다란 전환이 일어났다. 그는 신의 선택을 받고 성인으로 변해 가난한 사람과 병자와 나환자를 껴안는다. 결국 줄리앙은 주 예수를 만나 푸른 하늘나라로 갔다.　`늑대가 되느냐, 양이 되느냐`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희망을 가지자. 프롬은 우리가 가진 원초적 폭력성도 인간이기 때문에 줄리앙처럼 선의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폭력성은 극단적인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을 부추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협력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욕구를 저지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은 전염성이 강한 악성 바이러스이다. 어떤 고귀한 사랑이나 사상도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순간 악으로 변한다. 남을 사랑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태도가 늑대의 길을 포기하고 양의 길을 가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시인의 마음으로 하얀 모시 수건을 준비하자. 줄리앙을 변화시킨 신의 손이 하늘을 열고 사랑과 이해의 열매가 알알이 들어와 박히도록. 우리 안의 늑대는 사라지고 양처럼 순한 손님이 오기를 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