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발빠른 대응(1) 홍산문화 최대의 유적지인 우하량 유적에 대한 1차 발굴이 마무리되면서, ‘요하문명의 꽃’ 홍산문화를 일군 주도세력이 누구인가 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동이족의 문명’이라는 시각과 한족의 시조라는 ‘황제족의 문명’이라는 시각이 양립했었다. 그러나 ‘홍산문화=황제족의 문명’이라는 도식은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거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이런 중국학계의 입장이 자리 잡는 과정에 대해 소개하기로 한다. 우선, 필자는 홍산문화를 주도한 세력을 ‘동이족’이나 ‘황제족’ 등 후대의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당시에는 동이족이나 황제족의 개념도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당시의 사람들을 부른다면 ‘홍산문화인 혹은 홍산인’ 등으로 불러야한다고 본다. 따라서 ‘홍산인’이 후대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동이족의 선조’인지 ‘황제족의 선조’인지가 쟁점인 것이다.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에 대한 논쟁은, “홍산문화를 주도한 세력이 ‘동이족의 선조’인가 아니면 ‘황제족의 선조’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학계에서는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을 ‘황제족 선조’로 보는 입장이 이미 정립되어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 첫째, 이민(李民)은 1987년에 발표한 논문(試論牛河梁東山嘴紅山文化的歸屬: 中國古代文明探源之一)에서, 홍산문화를 일군 사람들이 동북지역 선주민인 동이(東夷)의 한 갈래인 ‘조이(鳥夷) 부락집단’으로 보는 주장을 최초로 제기하였다. 그러나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을 동이족으로 보고 요하문명을 ‘동이족의 문명’으로 보는 논문은 더 이상 발표되지 않았다. 이민의 이 글이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을 동이의 갈래인 조이집단과 연결한 최초의 논문이자 마지막 논문이다. 둘째, 요하문명, 홍산문화 전체를 황제족의 문명으로 보는 첫 시도는 이민의 논문과 같은 해에 발표된 장박천(張博泉)의 논문(對遼西發現五千年前文明曙光的歷史蠡測)이다. 장박천은 이 논문에서, (1) 요하문명의 주도세력을 황제족으로 보고 특히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을 황제(黃帝)의 손자라고 전하는 전욱(顓頊)과 제곡(帝嚳) 집단으로 보고, (2) 홍산문화는 이미 문명단계에 진입했으며, (3) 이곳이 중화문명의 기원지이고, (4) 요서지역에서 기원한 일군의 사람들이 중원으로 내려와 하(夏)나라를 정복하고 상(商)나라를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적인 논리는 이 논문을 통해서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사한 논리는 복소문(卜昭文)의 1987년 논문(中華文明原流問題的新信息 : <山海關外訪古> 之二)에서도 반복된다. 현재는 대부분의 중국학자들이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중국 고고학의 대원로인 고(故) 소병기(蘇秉琦) 선생이다. 그는 1994년에 ‘서요하 지역의 고문화를 논하다(論西遼河古文化)’라는 글을 통해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이 황제족이라는 입장을 지지하고 나름대로의 논리로 이를 입증한다. 이런 소병기 선생의 입장표명은, 홍산문화의 주도세력을 중화민족의 시조인 황제족으로 보는 견해를 주류의 관점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소병기 선생 이후에도 설지강(薛志强), 목홍이(穆鴻利), 예군민(倪軍民) 등 여러 학자들의 글을 통해서, (1) 요하문명의 주도세력이 중화민족의 시조인 황제족이며, (2) 따라서 만주일대에서 발원한 몽고족, 조선족 등 후대의 모든 소수민족들은 ‘황제족의 후예’라는 논리는 확산되었고 정설이 되어 있다. 아직도 한국의 고고-역사학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상고사 전면 재편에 대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중국의 상고사 재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고, 미래 한중간의 심각한 역사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당신은 단군의 후예인가 황제의 후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