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하문명과 홍산문화에 대한 특강을 많이 다닌다. 특강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만주 지역이 척박한 지역인데 어떻게 그런 거대한 고대 문명이 탄생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우선, 과거에도 그렇지만 현재도 요하문명 지역은, 서쪽에는 1천m가 넘는 대흥안령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어서 만주초원과 몽골초원을 나누는 경계선을 이루고 있다.　동쪽으로는 백두산자락과 연결된 고산지대로 연결되어 있다. 북쪽에는 대흥안령 북쪽과 백두산 산지의 북쪽을 동서로 이은 소흥안령이 자리하고 있다. 남쪽은 발해만과의 사이에 낮은 산지들이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다. 요하문명 지역은 동서남북이 산지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전형적인 분지(盆地) 지역이다. 　현재 요하문명 지역의 한가운데는 동서 약 500km 남북 약 200km의 거대한 카라친 사막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변 지역도 년 강수량이 300-400mm에 불과한 척박한 사막과 거친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요하문명이 꽃피던 8000-3000년 전 사이에 이 지역은 아주 살기 좋은 기후를 지낸 곳이었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 지역은 현재의 한반도 중부 지역과 거의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요하문명 꽃`이라 불리는 홍산문화가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에 해수면은 현재보다 약 10m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건조한 상황과는 달리 습한 기후였으며, 년 평균기온도 현재보다 약 3-4 ℃ 정도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산문화(B.C. 4500-B.C. 3000) 시기에 요녕성 남부 지역이 현재보다 3-4℃정도 연평균 기온이 높았다면, 홍산문화 시기의 적봉시 시내의 연평균 기온이 10℃-12℃ 정도였을 것이다.또 조양시 시내는 12.4℃ 정도였을 것이다. 이것은 당시 홍산문화 중심지가 우리나라의 서울-중부에 거쳐있는 `기온대`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홍산문화가 종말을 고하는 B.C 3000년에 근접하면서, 연평균 기온은 1℃ 정도 떨어지고,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하강하여 최고점보다 약 3m 정도 낮아졌다. 특히 결정적으로는 `습한 기후`(moist climate)에서 `반습/반건조 기후`(semi-moist, semi-arid climate)로 급격하게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홍산문화의 `종말(終末)`과 주민 `이동(移動)`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홍산문화는 농경을 위주로 하고 목축을 병행하던 경제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농경을 위주로 하던 홍산인들의 입장에서, 기온도 낮아지고, 해수면이 내려가면서 수량도 줄어드는 것을 예측했을 것이다. 아울러 `습한 기후`에서 `반습/반건조 건조 기후`로 급격히 변화되는 것은 농작물의 안정적인 수확에 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급격한 변화가 농경 위주의 생활을 하던 홍산인들이 주로 서남방과 동남방으로 이주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곧, 서남방으로 이주한 세력들은 중국의 동해안 지역으로 연결되고, 동남방으로 이주한 세력들은 한반도 초기 적석총 세력들과 연결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홍산문화의 종말과 이동은 이런 기후적인 조건의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홍산인들이 떠난 자리에는, 홍산인들 가운데 유목 위주로 살던 사람들과, 청동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유목 세력`이 들어와서 자리잡는다. 이들이 바로 홍산문화의 후속으로 이 지역에서 꽃피는 청동기시대 하가점하층문화(B.C 2000-B.C 1500)와 하가점상층문화(B.C 1500-B.C 1000)이다. 하가점상층문화에서는 고조선의 지표유물이라고 하는 비파형 동검이 나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