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바쁘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이만큼 생활기반을 이룩하고 나름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일상사에 매달려 하루하루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꼭 해야 될 어떤 일들을 망각하기 일쑤다. 어찌 보면 사사로운 일들 같지만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위를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이 정신없이 바쁘다. 소리소리 질러대고, 재촉하고, 혼이 나간 사람들처럼 요구하고, 부탁하고 몰려다닌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살인으로 발전하고, 갑작스러운 폭우에 농약이 식수로 쓰이는 상수원에 유입돼 관계기관이 초긴장하기도 한다. 악취와 폐기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우리 지역에 타 지역 유해 폐기물을 반입해서 매립하는 아이러니가 이해가 가지 않고, 더욱이나 무책임하게 방임하는 듯한 분위기가 더욱 가슴 아프다. 그와 같은 와중에 삶과 죽음에 대하여 조용히 생각해 본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에 태어나 쉽게 죽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종교적인 해석은 영원한 생명을 풀이하는 데 있어 생전에 `선행`과 `악행`의 인연에 따라 사후에 착하고 덕망 있는 선행을 베풀 사람은 극락이라는 천당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반대로 악한 일을 하거나 많은 죄를 범한 사람은 이른바 `지옥`이란 곳에서 온갖 학대와 굶주림으로 지내야만 된다고 풀이하고 있다.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바라고 몸에 좋다는 온갖 음식과 보약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살펴보면 우리 주위의 생활공간을 쫓기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초조감이나 당혹감이 뒤엉킨 분위기를 보면서 한순간에 삶과 죽음이 뒤바뀌기도 한다. 　일찍이 지혜가 있는 인간들은 소위 `죽음`이라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영원한 생명이란 말을 창조해 사용하여 왔다. 복잡하고 혼잡한 요즘 세상, 생존 경쟁이 치열한 이 사회에는 보는 관점에 따라 이미 생전에 아무 거리낌이나 고생이 없이 즐거운 천당, 즉 파라다이스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지옥의 고통보다도 오히려 더 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영국의 토마스 파라는 사람은 152세를 산 최고의 장수를 누린 사람인데 그의 나이 102세의 고령이었을 때도 그는 젊음과 정력이 왕성하여 강간죄를 저지르고 구속되어 18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했다.　옥고를 치루고 풀려나와 젊고 어여쁜 부인을 얻어 옥 같은 귀동을 낳아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152세 되든 해에 영국 왕실의 축하와 초대를 받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진수성찬과 과음을 하게 되었다. 결국 그것이 탈이 되어 앓다가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이야기다. 장수가 행복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이란 자연의 사계절과 같아서 잠시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많은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인생이 그렇게 잠시 왔다 갈 줄을 모르고 서성거리다 많은 것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젊은 날, 욕심 사납게 많은 것을 꿈꾸던 사람도 어느 날 그 젊음이 가버린 뒤에 남은 것은 어느 것 하나 없이 영글지 않은 빈 쭉정이만이 남아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것이 어디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정신없이 뛰고 돌아다녀야만이 현대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라면 현대 생활은 분명 중병에 걸려있음이 틀림없다. 차분하게 생활하면서 깊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결코 게으르고 무책임하다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해가 바뀌어 이미 절반이 지나가 버렸다. 우리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져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