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門寂寞汝思家(공문적막여사가) 　禮別雲房下九華(예별운방하구화) 　愛向竹欄騎竹馬(애향죽란기죽마) 　懶於金地聚金沙(나어금지취금사) 　添甁澗底休撈月(첨병간저휴로월) 　亨茗歐中罷弄花(형명구중파농화) 　好去不須頻下淚(호거불수빈하루) 　老僧相伴有煙霞(노승상반유연하) 　　이 시의 작자는 법명 김지장(金地藏)으로도 불린 교각(喬覺)스님(696 ~ 794)이며,하산(下山)하는 동자승(童子僧)을 보내면서 쓴 것이다.　교각은 중국내 한류 원조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대스타다. 중국 사람들에게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몰라도 지장보살 교각스님은 알 정도니 그의 명성이 대륙 전체에 자자하다. 시를 쓴 나이는 90세 쯤이다.　이 시 해석에 앞서 그를 설명하면 신라 33대 성덕왕의 아들 즉 왕자였다. 24세에 출가하여 당(唐)나라 유학에 유일한 동반자는 삽살개 `선청`뿐이었다. 한학(漢學)에 대한 수양이 깊어 그의 시(詩)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릴 수준이었다.　719년 구화산(九華山)에 와서 행각승(行　僧)으로 지내다 구화산의 개산조사(開山祖師·처음으로 절을 세운 승려)가 되었다. 뒤에 육신공양을 하여 지장보살(地藏菩薩)의 화신(化身)으로 받들어 졌고, 그의 덕분으로 구화산(九華山)은 지장보살의 성지(聖地)로 알려졌다. 보현보살(普賢菩薩)의 성지인 아미산(峨眉山),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성지인 오대산(五台山),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성지인 보타산(普陀山)과 더불어 중국 4대 보살(菩薩) 성지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 보다 중국에서 더 알려진 교각 스님. 그의 시(詩) 송 동자하산(送 童子下山)을 읽노라면 가슴이 뭉클해 진다.　동자가 절 생활을 시작한 배경이다. 호랑이에게 물린 아이를 구한 스님이 이 아이를 절 동자로 삼았는데, 아이가 절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마을로 돌려보낸 석별시(惜別詩)라 볼 수 있다.　시의 내용을 쉽게 풀어보면 "너는 아직 어려서 절에서 생활하는 게 따분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고향의 어머니 생각이 오죽하겠는가! 이제 너는 이 높은 구름에 가린 구화산을 내려가는구나. 가는 너를 보니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너는 위태로운 난간에 올라가 죽마를 타고 노는 것은 좋아하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공부하는 것은 심드렁하게 여겼지. 이제 네가 여기서 가게 되면 계곡에 가서 물을 길을 때 하늘에 뜬 달이 물에 비치고 그 달을 병에 담고 하던 일도 이제 그만이고, 차를 달일 때 꽃처럼 피어나는 다양한 거품을 바라보며 즐기고 또 그 거품을 찻사발에 담곤 하던 일도 이젠 없겠구나. 가기로 했으니 울지 말고 잘 가려무나. 늙은 나는 이제부터 저 안개와 노을을 짝하련다."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노승에게 동자는 마지막 인생의 동반자였을 지도 모른다.짧은 만남과 동거 속에서 갖은 정(情)도 들었을 것이다. 집 떠난 아이가 산 속에서 살면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것 또한 당연지사다. 스님을 위한 차(茶) 물 끓이는 일도,잔 심부름도 아이에게는 힘들고 짜증나지 않았겠나. 그렇다면 동자가 산사 생활을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동자가 우는 일이 잦자, 마침내 교각은 그를 하산시키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의 추억을 세세하게 적는 등 교각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뛰어 났기에 전당시에 수록되지 않았나 한다. 특히,亨茗歐中罷弄花(차 달이는 병에서는 꽃줄기가 쉬웠구나) 구절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차 물이 열에 의해 끓여 질 때 일으나는 `물방울`을 교각은 `꽃줄기`로 표현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노승상반유연하(老僧相伴有煙霞) 구절을 쓰면서 교각은 울었을 지도 모른다. 눈만 뜨면 곁에 있던 아이가 없을 때 허전감 그리고 서운함이 물밀듯 다가왔을 것이다.아이를 대신해 구름과 안개를 친구로 삼아야 하는 교각.　어찌보면 그 아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교각은 귀향(歸鄕) 길을 택하지 못하고 타국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긴 운명적 표현일 수 도 있다.　노승이 그토록 갈망하던 고국 신라 그리고 경주.교각이 고향을 떠난지 1천200여년이 지났지만,이제라도 우리 손으로 모셔와야 할 때 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