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은 아이들을 그림의 대상으로 등장시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람과 달과 별, 모두가 이중섭이 그리고 싶은 소재들이다. 이러한 사물들은 아이들이 천진스럽게 노는 풍경과 참신한 이미지로 조화를 이룬다. 　다리가 짧은 아이는 / 울고 있다/ 아니면 웃고 있다/ 달 달 무슨 달 / 　별 별 무슨 별 / 쇠불알은 너무 커서 / 바람은 서북쪽 / 삐딱하게 매달린다 / 한밤에 꿈이 하나 눈 뜨고 있다. 　-김춘수의 `이중섭`(현대시학), 1975년 10월호　이 시는 이중섭의 그림 `바닷가의 아이들`에서 소재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군동풍경(群童風景)에서 나타나고 있는 천진스런 동심의 세계가 내부적 정경묘사로 환치되고 있으며, 참신한 이미지가 감동을 준다. 　`다리가 짧은 아이`와 `달 달 무슨 달`의 시행(詩行)은 이중섭의 그림 `바닷가의 아이들`과 `달과 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생각된다. `쇠불알은 너무 커서 / 바람은 서북쪽 / 삐딱하게 매달린다`의 정경묘사는 `소`의 연작과 `소와 게와 새`의 그림에서 온 소재들이다. 벌거벗은 아이들과 쇠불알은 현실의 때가 묻지 않은 본능적인 충동의 요소로서 강한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이다.　쩍 벌린 황소 다리 사이로 축 늘어진 `불알통`을 물려고 하는 발정의 이미지를 바람을 통해서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게를 발정의 상징으로 보는 분석심리학자 칼·융(Karl Jung)의 해석을 따른다면, 벌거벗은 아이들과 쇠불알은 현실과 때가 묻지 않은 본능적인 충동의 요소로서 강한 인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춘수 시인이 이중섭의 예술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원초적인 성적 충동이다. `한밤에 꿈이 하나 눈뜨고 있다.`는 무한의 세계, 즉 벌거벗은 원시의 자연성과 본능적 성애의 만족을 구하는 이중섭 예술의 영원성에 대한 작가 자신의 꿈인 것도 같다. 　이중섭의 부산 생활도 바다와 더불어 있고, 바다는 항상 이중섭으로 하여금 이별한 아내 남덕(南德)을 회상하는 촉매작용을 한다. 부산에서 그린 `달과 까마귀`는 아내를 생각하는 이중섭의 직접적인 표정이기도 하다. 김춘수 시인은 이중섭의 이러한 표정을 우회하여 묘사한다.　　저무는 하늘 / 동짓달 서리 묻은 하늘을 / 아내의 신발 신고 / 저승으로 가는 까 마귀 / 까마귀는 / 남포동 어디선가 그만 / 까욱 하고 한번만 울어버린다/ 오륙 도를 바라보고 아이들은 / 돌팔매질을 한다 / 저무는 바다 / 돌 하나 멀리 멀리 / 아내 머리 위 떨어지거라.　　-(현대시학), 1975. 10월호　김춘수 시인은 아내에 대한 이중섭의 절실한 그리움을 `아내의 신발 싣고`로 표현한다. 까마귀가 아내와 연결해 주기를 바라는 이중섭의 마음은 감정이입의 시행을 통해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남포동 어디선가 `그만 까욱 하고 한번만 울어버린다`는 시행은 전쟁 중에 겪어야 하는 현실과 저승이라도 함께 가고 싶은 대한 그리움의 비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의 작자는 저무는 바다에서 돌팔매질을 하는 아이들의 천진성이 아내의 머리 위에 떨어지기를 바란다. 저무는 하늘과 바다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시를 통해 까마귀와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통해 예술의 아름다움으로 숭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