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형성의 방편으로서의 `공론화(公論化)`의 의미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공론장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공론화를 설명하자면, 공중(公衆)이 사회적 이슈(쟁점)에 대해 공론장에서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토론, 논쟁의 과정에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은 과거 정부와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비공개적으로 결정되었던 정책결정과정에서 탈피하여 일반국민과 이해당사자들에게 공개되고 참여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본 연구기관이 전문기관으로 참여한 경주지역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출한 몇 가지 교훈 및 시사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지역주민이 공론화의 자문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참여기회의 확대를 도모하였다.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운영자문단은 교육을 통해 토론중재자로 양성하여, 지역간담회, 타운홀 미팅 등 각종 사업에서 의견수렴의 주축이 되는 역할을 수행했다. 　경주지역은 공론화 시행 초기부터 공론화 자체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컸지만,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운영자문단이 전문기관이 실시한 토론중재자 교육을 받고, 간담회를 주관함으로서 지역간담회 및 공론화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확보에 도움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간담회를 이끄는 사회자가 `지역의 주민`이기에 공감대 형성이 유리했고,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의견을 비교적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둘째, 대규모 토론회 또는 설명회 방식의 공론화보다는 `소규모` 토론을 통한 공론화가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경주지역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특징 중 하나로 소규모 토론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경주지역 사용후핵연료의 주된 사업으로 지역간담회와 지역타운홀미팅이 있다. 두 사업의 공통점은 10명 내외의 주민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의견개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토론중재가가 토론을 중재함으로써, 주민 개개인에게 동일한 발언의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보다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 대게 대규모 토론회나 설명회는 패널위주의 토론과 방청객의 질의응답의 구조로 되어 의견개진의 기회가 한정적이다. 그러나 원탁토론과 같은 소규모 토론은 개개인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므로 인원이 적음에도 더 많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론화를 했다면 `주민검증`절차가 있어야 한다. 공론화 추진 초기에는 경주지역 주민의 공론화 반대가 컸다. 특별법 제18조에 의해 경주지역엔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을 건설 할 수 없기 때문에 공론화가 필요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이에 의견수렴 전문기관과 지역운영자문단이 함께 논의 끝에 기존 4단계의 공론화 절차를 `지역검증`을 추가한 5단계로 수정하였다. 공론화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의견수렴 결과에 대해 공론화에 참여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증단계를 거쳤다. 지역검증 단계는 수렴된 의견을 주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참여와 공개의 원칙을 지향하는 공론화의 취지에 부합한다. 또한 검증단계를 거침으로서 `지역의견`이 더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의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일반국민과 이해당사자들에게 직접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숙의민주주의를 실행하고자 했으나, 민감한 쟁점사항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언급하기를 기피하는 정치인 및 시민단체의 미참여는 지난 공론화의 아쉬운점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왜 주민의 의견으로만 결정하려 하는가에 대한 불만, 왜 정부와 관련 단체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제시하곤 했다. 향후 다른 정책과제에서 공론화를 한다면, 정책과정의 참여자로서 덩그러니 `주민`만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