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새누리당이 당대표·지도부 없는 집권여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총선패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새로운 체제정비에 진력하기 보다 선거패배 책임문제를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공방으로 아슬아슬하게 끌어오다가 전국위를 계기로 이같이 폭발하고 말았다. 　여당이 추진해온 총선패배수습은 국민이 오만해진 여당을 심판했다는 점에서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계파청산과 대통령을 향한 정치 보다 국민을 향한 정치에 초점을 맞춘 당체질개선이었다. 　그것은 여당이 임기후반의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여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었다. 당이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지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의 원로들 조차 친박계를 해체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러나 친박계 주도로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무산시킨 사태는 4.13총선민심과 당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당내외의 여론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행위였다. 이들은 오로지 친박계의 당권장악에만 눈이 멀어 당을 망치게 한 것이었다. 　이렇게 당이 망가지면 여소야대정국에서 친박계가 강한 충성도로 추종하는 대통령의 임기후반 국정운영을 자신들만의 세력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국민들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에 차질을 걱정하고 있는 터에 친박계가 목전의 이해만 보고 당을 무력화시킨 것은 여권전체의 자해행위일 뿐아니라 국정의 피해를 가져오는 망동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큰절을 하며 공천과정의 오만을 사죄했고 총선패배후 선거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던 여당의 언행이 거짓이었음에 분노하기 앞서 국정운영을 맡은 여권전체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는 것이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동북아의 안보불안, 북한의 핵도발 앞에서 이처럼 지리멸렬한 국정주도세력에게 국가운영을 믿고 맡겨도 될 것인가. 또한 이런 여권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친박계의 이같은 행태는 민주정당 내의 정당한 세력경쟁양상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것이다. 일부에서 막말 퍼붓듯 "양아치들만도 못한 집단", "자폭테러"라고 한 것을 보면 당내에서도 이같은 패거리 문화는 갈 데까지 간 막장추태라고 볼 수 있다. 　정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념과 정책이 채택되고 당론이 모아지는 방향으로 운영되지 않고 오직 특정인에 대한 충성도만으로 뭉쳐지고 이들의 사적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면 벌써 그 정당은 사당에 불과하다. 그에 소속된 계파구성원도 사당의 패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 친박계가 국민의 눈을 무시할 만큼 계파의 힘을 과신하고 계파이익에 국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치수준을 조선조의 당파정치 수준으로 착각하는 것같은 인상마저 준다. 　서로 다른 의견을 국익의 입장에서 정상적 절차에 따라 조정하지않고 계파의 권력욕에 따라 동인,서인,남인,북인으로, 또 북인은 소북,대북으로 갈리는 등 끝없이 사당화하는 조선조의 당쟁망령을 보는 것같다.　이렇게 막장까지 갈 수밖에 없다면 박근혜정부의 성공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차라리 계파별로 갈라서는 것이 낫지않을까. 그러면 국민이 한지붕밑에 다른 꿍꿍이를 가진 정당에 속는 일은 없지않을까. 새누리당에 대한 걱정 보다 나라의 앞날이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