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나는 경주 시내에 살면서도 `호원사`터가 시내 한복판, 가까운 `황성 공원` 내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호랑이가 나오는 곳이니까 경주 깊은 산골 어디쯤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런 수가!) 　삼국유사 `감통`조에 나오는 그 유명한 `김현(金現)감호(感虎)`이야기. `김현이 호랑이에 의해 감동되다`라는 신라시대 환상적인 러브 스토리, 사람과 호랑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얽힌 절. 아, `호원사! (신라문화동인회 월유선생이 고맙다. 그가 내게 `호원사터` 위치를 알려줬다)　이 좋은 봄날, 나는 혼자 궁금했던 `호원사터`를 찾는다. 오솔길에 애기똥풀꽃이 많이 피어 있다. 황성공원 속, 국궁연습장 입구, `호림정` 간판을 지난다. `호원사 절터`라는 안내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에 비닐하우스 한 채가 보이고, 눈앞에 소나무 분재 밭이 나타난다. 뒤쪽으로는 `김유신 장군` 말 탄 동상이 있는 언덕 같은 `독산`이 보인다.　어디가 `호원사` 절터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허름한 창고 같은, 컨테이너 박스 집 한 채가 나타난다. 곧 쓰러질 것 같다. 그런데 컨테이너 집 앞, 마당을 보니 무너진 탑재 두 개, 주춧돌, 많은 신라 유물들 장대석들이 흩어져 있다. 아, 여기가 호원사 절터구나! 그런데 신라의 유물들, 그 소중한 문화재들이 방치되는 현장을 보니 마음이 안타깝다. 탑재위가 꼴불견이다. 장독단지들이 턱, 놓여 있다. 소중한 탑재가 가정집 장독대로 사용되고 있다니! 　절터, 컨테이너 박스 집에 노부부가 살고 있다. 김중양 옹(81세. 안동 김씨) 부부다.　"여기는 황성동이고 사유지에요. 40년 전부터 내가 이곳에 살고 있어요. 옛날에는 4천 평 전부가 사과밭이었어요. 신라시대 유명한 절터라고 전해져서 그런지 요즘 서울이나 부산서 대학 교수도 찾아오고, 문화재 답사팀들도 심심찮게 찾아옵니다"　나는 호원사 금당지가 어디쯤 일까? 신라시대는 이곳에 호랑이들도 사는 깊은 산골이었을까?　원성왕대 `김현`이라는 운 좋은 서라벌 총각도 떠 올리고, 탑돌이 하다 만난 하룻밤 `운우의 정`을 잊지 못해 그 남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신라 쩍 처녀 호랑이` 생각도 해본다. 몽상을 좋아하는 나는 몽상 속 타임머신을 타 본다.　"당신은 겁내지 말고 저를 좇아 성의 북쪽 숲 속까지 오시면 제가 거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저를 위하여 절을 세우고 불도를 강론하여 좋은 과보를 얻는데 도움이 되어 주신다면 낭군의 은혜 이보다 더 큰 것이 없을 것이 옵니다 " 그들은 서로 울면서 작별을 했다.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흥륜사의 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발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이 옵니다" 하고는 김현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넘어지니 곧 호랑이로 변했다. "김현은 벼슬길에 오르자 서천 가에 절을 세우고 `호원사`라 하였다" (삼국유사에서)　나는 한편의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영화를 감상한 기분으로 쓸쓸한 절터를 빠져 나와 황성공원 앞 포장마차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을 걸친다. 오, 황성 숲은 지금도 아무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