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했을 때 다수의 사람은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독일 국민은 히틀러를 지지했다. 일본의 사쿠라 정신을 아름다운 애국 신념이라고 치하하는 사람도 많았다. 젊은이들이여! 벚꽃처럼 활짝 피어난 청춘이여! 나라를 위해 함께 일어나 꽃처럼 장렬히 몸을 던져라. 지금도 일본의 우국화가 활개를 친다. 　그러나 역사는 다수의 주장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증명할 것이다. 미국의 노예제도가 그랬고 우리의 양반의식이 그랬다. 그 시대를 장악한 진리나 정의는 때로 바뀌기도 하고, 참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참이 되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은 다수에게 동조하는 편향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한 번 옳다고 여기면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고정관념에 빠지기도 한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독일 극작가 외덴 폰 호르바트는 파시즘을 비판했다.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작품 상연을 금지당하자 소설 `우리 시대의 아이`를 발표한다. 소설의 주인공 청년은 실업자로 살다 군인이 되어 월급을 받고 잠자리를 제공한 국가에 맹목적으로 충성한다. 전쟁은 모든 것의 아버지라고 하며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군수산업 비판)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인간성을 잃어간다. 독일군대는 쓸모없는 인간을 청소하듯 민간인 포로를 교수형에 처한다. 　청년은 상관인 대위를 흠모해왔는데 어느 날 한 마을에서 격전이 일어났다. 대위가 포탄이 빗발치는 곳의 아가씨에게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대위를 구하기 위해 청년이 뛰어들었지만, 대위는 죽고 만다. 죽음이 석연치 않았다. 왜 기관총탄 속으로 뛰어들었을까. 팔을 잃은 청년은 부대에서 쫓겨나고 다시 실업자가 되어 대위가 남긴 편지를 그의 아내에게 전해주러 간다. 편지에는 외로운 선각자의 슬픈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군인이 아니라 비열한 도둑, 살인자야. 우리는 정직하게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여자들, 부상한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어. 나는 더 이상 이 시대에 맞지 않아. 내게 가장 고통을 주는 건 내 조국의 몰락이야. 조국은 영원히 명예를 상실했고... 제 조국이 혐오스럽습니다. 저는 계속 범죄자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주님, 제가 명예롭게 끝낼 수 있게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편지를 읽은 청년은 비로소 자신이 그토록 열광해온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야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청년은 예전에 만난 적 있는 불행한 아가씨를 해고한 회계사를 운하에 내던져 죽이고, 나는 우리 시대의 아이라고 말하며 용서를 구한다. 다음날 청년은 눈사람이 되어 발견되었다. 때늦게 잘못된 신념에서 깨어나 참회하고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청년에게 대위는 외로운 선각자였다. 　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럴 때 한 번쯤 자신의 신념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믿어오거나 확신해 온 사실에 대해 의심이 들지 않았는가? 다수가 X를 선택하지만, 왠지 X를 선택하기에 거리낌이 생기지는 않았는가? 모임에서 모두가 어느 누군가를 욕하고 그의 못마땅한 행동에 분노를 터뜨리면 무심하게 동참하지 않았는가? 사실을 잘 알지 못하면서 다수의 비판에 동조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우리의 신념은 부끄러움이 없는가? 　우리의 외로운 깨달음이 모이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최고가 아닌 최선의 선택으로 삶이 변화되고, 사회와 역사가 이상적으로 바뀌게 되기를 신에게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