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절의의 땅 순흥(영주)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서 기려자騎驢子) 송상도(宋相燾)지사 기념사업회 창립총회 및 `기려수필` 국역기념학술대회가 열렸다. 　기려자는, 30년간을 망국의 한을 안고 죽장망혜 괴나리봇짐으로 삼천리강산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애국선혈들의 항일투쟁사를 기록했다. 　`기려수필`에는 1866년(고종 3)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이시원의 사적부터 1876년(고종 13) 강화도조약체결당시 일본과의 회의를 거부하다가 죽은 홍재학,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1896년(고종 33) 배일(排日)의 기치를 들고 일어선 의병대장, 1905년(광무 9) 을사보호조약 당시 순절한 의사들, 친일 미국인 스티븐슨을 암살한 장인환, 1906년(광무 10) 고종의 밀사로 파리에 파견한 이상설, 이준, 1907년(순종 1)고종의 강제 양위와 조선군대 해산 이후에 활동한 허위장군 등 각 지역의 의병대장, 하얼빈 역두에서 원수 이등박문을 총살한 안중근, 매국노 이완용을 찌른 이재명, 1910년 당시 순절한 의사, 1919년 기미만세 이후에 조직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요인들, 제등총독을 암살하기 위하여 서울역에서 폭탄을 던진 강우규 사건 등이 기록된 것으로 총233명이 수록되어 다른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외국 독립지사들의 활동상황까지 기록, 국사편찬위 한국사료 총서 권2로 출간됐다.　그러나 기려자의 혼을 받은 손자는 친일파와 손을 잡은 이승만 정권 반대와 반탁(反託)을 외치다가 빨갱이로 몰려 사망, 선생은 연좌제에 묶여 상훈법상 독립유공자 지정을 못 받았다. 　지방신문에는 아무리 보도해도 소용없었다. 영주에 온 조선일보 최석채 주필께 "기려자가 독립유공자 지정을 못 받고 있다"고 했더니, 최 주필은 "일제 식민지치하의 역사 기록으로는 황헌의 `매천야록`과 송상도 `기려수필`뿐인데, `기려수필`로 30여명의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았는데 본인이 못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조선일보에 `죽어서도 불우한 기려자`란 칼럼을 써 그해 국무회의에서 의결, 송지사는 작고 40년 만에 독립유공자 건국포장 2급을 받았다.　그때 송지사의 피 묻은 옷과 원고뭉치를 콩 단지에 넣었다가 일경의 눈을 피해 땅에 파묻었다 감추며 독립운동 뒷바라지를 하던 며느리 김창규 할머니(97)는 애타게 기다리던 건국포장을 살아서 보지 못한 채 타계했고, 조국을 원망하며 폐인이 되어 방황하던 증손자도 죽고, 증손부 장사정여인은 살길이 없어 딸 둘을 데리고 고향땅을 떠나고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 애국지사의 사당을 지으라는 영을 내려 영덕의 의병장 신돌석, 문경 항일투사 이강영 장군 등 전국 애국지사의 생가복원을 했고, 전남 광양시는 황현 선생의 동상을 세우고 생가 복원을 했지만 27년 늦게 독립유공자를 받은 기려자는 비 하나가 서 있을 뿐, 직계후손들은 국가유공자의 혜택을 못 받았다. 　지난달 24일 충남대학교 이향배  이재숙 정만호 교수 등 5명의 팀이 `기려수필`(騎驢隨筆， 망국의 한 기록으로 꽃피우다) 전4권을 국역, 학술대회를 영주에서 가졌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충남대가 한데 대해 대구 경북의 대학들의 자존심의 상처는 없는지, 도민들의 애국정신에 부끄러움은 없는지 뒤돌아보게 한다.　공공도서관 앞에 홀로 선 비석, 할아버지의 피를 받은 보배 같은 사랑의 열매 고손녀 둘은 1년에 한번이라도 고향 기려자의 비석을 다녀가는지 모른다. 다만 오늘도 비석만이 외로이 흘러간 옛날을 말하며 쓸쓸히 영주 하늘을 지키고 있다. 　뒤늦게 탄생한 기려자 송상도지사 기념 사업회는, 사당건립과 생가복원 등이 하루속히 이루어져 영주의 후손들에게 민족정기의 선양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박 하 식기려자기념사업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