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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추락한 골든글로브…NBC, 내년 중계 안 하기로

인종차별·회원 금전 특혜 논란 속 존폐 위기

2021년 05월 11일 [경북신문]

미국의 영화·TV쇼 시상식인 골든글로브가 찬밥 신세가 됐다.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 속 시청률이 추락한 가운데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 NBC는 내년에 시상식을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과 더불어 최고 권위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HFPA를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과 불투명한 재정 구조 등으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였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NBC는 성명을 통해 방송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NBC는 "우리는 HFPA가 의미 있는 개혁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HFPA가 일을 바로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HFPA가 계획을 실행한다면 우리는 2023년 1월에 이 쇼를 중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HFPA에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신 기자 87명이 소속돼있다. HFPA에 속한 흑인 기자는 한명도 없다.

폐쇄성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자 HFPA는 올해 흑인을 포함한 신규 회원 20명을 받아들이고, 향후 18개월 동안 50%까지 회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골든글로브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과 미국 제작사가 만든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하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선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소속 기자들이 받은 금전 혜택을 다룬 보도도 있었다. 앞서 LA타임스는 2019년 HFPA 회원 30여명이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촬영 현장 방문차 파리로 가서 5성급 호텔에 숙박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회원은 "그들은 우리를 왕과 여왕처럼 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2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HFPA가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놨지만 여론은 바뀌지 않고 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본 시청자는 690만명으로 NBC가 중계를 맡은 1990년대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NBC는 2018년 향후 8년 중계를 조건으로 HFPA에 연간 6000만달러(약 670억원)를 지불하기로 계약을 갱신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주 "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HFPA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너미디어, 아마존 스튜디오 등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할리우드 슈퍼스타 톰 크루즈는 이제까지 받은 골든글로브 상 3개를 HFPA에 반환했다.

영화 '어벤져스' 히어로 스칼릿 조핸슨과 마크 러펄로도 HFPA를 비판했다. 조핸슨은 지난주 성명을 통해 HFPA 일부 회원으로부터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다면서 HFPA에 성희롱 문화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HFPA는 성명에서 "골든글로브 다음 방영일에 상관없이, 가능한 한 빠르고 사려깊게 변혁적 변화를 구현하는 게 우리 조직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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