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은 ‘주다’, ‘벌리다’, ‘갈라지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灬’는 ‘火(화)’로서 ‘불’을 뜻하고 있다. 그래서 ‘烈’은 물건이 세찬 불길에 타면서 갈라지는 것을 상형(象形)하고 있다.

삼강(三綱)의 충(忠), 효(孝), 열(烈) 중에서 열은 열녀(烈女), 열부(烈婦)를 의미한다. 열녀는 위난을 당하여 목숨으로 정조를 지켰거나 또는 오랜 세월에 걸쳐 고난과 싸우며 수절한 부녀자를 의미한다. 열부와 통칭되고 있다.

 
여인의 몸으로 어렵고 힘든 역경을 극복하면서 정조를 지키려면 아마도 뜨거운 불길에 심신이 타면서 갈라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가능했기에 열(烈)자는 뜨거운 불(灬)과 결합하여 상형한 것 같다.

'사원(辭苑)'에 보면, 열녀는 혼인 전에 약혼자가 죽었을 경우 그 뒤를 따라 죽는 여자 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강포자(强暴者)에 항거하는 미혼녀라 하였고, 열부는 기혼자로서 남편의 뒤를 따라 죽는 부인 혹은 목숨을 끊음으로써 강포자에게 항거하는 부인이라 기록되어 있다. 열녀 중에는 ’마당과부‘라는 이름도 있었는데, 이는 조혼이 예사롭던 시절에 혼례만 치루고 시가(媤家)로 우귀 즉, 신행을 가기 전에 비통하게도 신랑이 죽은 경우의 여인을 말한다.

 
여인들이 정절을 지킨 사례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의 열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삼국시대 이후 고려시대까지의 전반적인 부녀들의 생활은 매우 자유롭고 활달하였고, 심지어 남녀관계는 자유분방하기까지 하였으며, 수절이 미덕시 되거나 재가(再嫁)가 죄악시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필종부(女必從夫)로 수절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조선 건국 이후 주자학의 예속(禮俗) 영향이라고 한다. ‘여불사이부(女不事二夫)’라 하여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는 이 말은 여성의 지상계율로 장려되고 강제 되었다. 그래서 재가는 귀천을 막론하고 죄악시 되었던 것이다.

 
남편과 사별하고 재가할 수 없도록 여성에게 가해진 규제와 장려정책은 외출 및 남녀교제에 대한 엄격한 제한, 음행에 대한 엄벌, 자녀안(恣女案)에 등재된 신분격하 등이었다. 자녀안은 조선시대에 양반집 여자로 품행이 부정하거나 세 번 이상 재가한 사람의 소행을 적어 두던 대장이다.

특히 조선 성종 16년(1485)에 ‘재가여자금고법(再嫁女子禁錮法).이 반포되어 재가녀 자손에게는 대･소과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여 관로에 금고케 하여 출사를 막았던 것은 여성들이 재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통제였다. 양반부녀들의 수절풍습은 널리 침투되어 점차 상민층까지 미쳤다.

 
중종 이후부터는 여필종부가 부동의 관념이 되었으며, ‘부내부천(夫乃婦天)’ 즉, ‘남편은 아내에게 하늘’이라 하여 그를 위한 정절사상이 강조되고 열녀 열부가 되는 것이 아녀자의 마땅한 도리로 간주되었다.

 
충효열의 삼강은 모두가 희생과 지성과 열정이 전제된 개념이며, 쉽게 표현행동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존귀한 가치를 가졌다고 보아지며 그래서 국가에서 정려를 내려 표창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배우자와 고락을 같이 하자던 해로동혈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 어려움에 처하여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열녀, 열부 등은 상대방을 위한 자기의 외로운 희생이며, 자기를 포기한 아픔이었다. 그래서 지난 시대에는 그런 희생적 사례에 대해 은전(恩典)을 내려 고귀한 삶의 가치를 현창하여 영원히 보전토록 했던 것이다.

경주에는 정려를 받은 일문(一門) 삼강(三綱)을 비롯하여 열녀각이 무수히 많다. 그 앞을 지날 때 빛나야 할 열녀각이 더러는 풍진에 퇴락한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불태운 열녀의 일편단심을 몰라주는 열녀무상(烈女無常)의 시대적 외면이 부끄럽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충신･효자･열려각(烈女閣)에 우선적 관심을 가지고 단청을 다시 하고, 주변 환경을 단장하여 일신케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목숨의 소중함을 각성케 하는 위대한 교육이라 생각되고, 경주는 예향(禮鄕)의 도시로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