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커지자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대표가 이달 초 자신에게 비공개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맞불을 놨다. 이 본부장이 물밑 대화까지 폭로한 것은 자신이 소위 '배신자'가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는 한편 이 대표가 대외적으로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수면 아래에서는 합당을 제안하는 등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읽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보다 '이-안 단일화'에 관심을 두는 등 자기 정치를 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야권 내부에서 후보 단일화의 훼방꾼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 대표도 윤 후보와의 갈등 재연 가능성을 우려한 듯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합당 제안은 사실이지만 이는 안 후보 측에서 출마 포기와 지지 선언을 하되 합당은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어 이 본부장과 만나 기존의 입장대로 찬성 의견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일화에 대해서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합당에 관한 이야기는 당의 영역이다. 철저하게 제 권한이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단일화 불발의 원인으로 상대 당의 내부 문제를 지목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지막 키는 두 후보가 쥐고 있지만, 양당 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진 상황이라 일각에서 예상하는 막판 극적 반전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근본적으로는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이슈인 후보 단일화 문제가 지금도 충분한 정당성과 효용성이 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권 성격에 따라 향후 5년의 세상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권 교체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국민들에게 후보 단일화로 정권을 잡은 뒤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에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논의는 오간 데 없고 정치공학적 지지율 분석, 권력 나눠 먹기 등에 대한 얘기만 무성하더니 급기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상대방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단일화 논의는 이제 명분이 희미해졌고, 실리도 잃었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혹시라도 다시 단일화를 추진하려거든 정치적 거래에 주력하기보다는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심판받겠다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