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의 절반은 증상이 없고 일부러 검사해보지 않으면 감염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숨은 감염자'의 숫자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아직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았고, 정확하게 언제 정점에 이를지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연일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계절독감' 전환과 방역 완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현 상황이 코로나19의 '출구'일 수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엄청난 확산세에도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총리는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우리는 이미 오미크론에 능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중증률과 사망률을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도 큰 틀에서 개편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유행의 정점이 지나면 코로나를 풍토병처럼 관리해 일상회복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한 것이다.
　

코로나 출구에 대한 정부의 언급은 오미크론의 치명률(0.18%)과 중증화율(0.38%)이 델타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그러나 지금은 유행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메시지 전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통계는 오미크론 중증·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수집된 정보여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오미크론 유행이 한두 달 만에 끝난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의 경우 인구의 30%가 자연 감염된 뒤 항체가 생겼지만, 우리는 자연면역 항체 보유율이 3%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그만큼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을 예상하지 못한 채 '위드 코로나'에 진입했다 한 달 만에 철수한 것이 두 달 전의 일이다. 의료 역량에 대한 불안감과 자영업자의 불만을 달래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섣부른 낙관론을 펴기보다는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의료나 치안, 소방, 수송, 교육 등의 사회 필수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데 주력할 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