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된 3조5천억 원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특수형태 노동자, 프리랜서, 요양보호사, 법인 택시 기사, 문화예술인 등 약 140만 명에 대한 지원금과 취약계층 600만 명에 대한 자가 진단키트 제공에 쓰인다. 손실보상금은 이르면 이달 내에 지급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공히 이번 추경이 실질적 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인 만큼 대선 후 추가 지원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모처럼 협치의 모양새를 연출한 것은 평가할 만하나 논의 진행 과정을 짚어보면 뒷맛이 그리 개운치는 않다. 이번 추경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들을 보듬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사명감으로 다뤄야 할 사안인데 각자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전략을 짜기도 하고, 바꾸기도 했다는 의심이 든다. 우선 민주당은 대선 전 지급을 염두에 둔 듯 지난 19일 예결위에서 추경을 단독 처리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연초부터 많은 예산이 추가 투입되는 문제인 만큼 재원 마련, 효율적 집행 방안 등 제반 문제를 야당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끈질기게 설득했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행태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50조 원 추경이 당장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사코 이를 고집한 것은 추경 자체를 무산시켜 '여당의 돈 선거'를 막겠다는 계산이 깔렸던 것 아닌가. 서민들의 절박한 처지 눈앞에 두고서도 공을 다투는 여야의 모습을 보면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약 2주 후로 다가온 대선이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곧바로 2차 추경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비단 선거 공약이 아니더라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이 한계를 넘어선 만큼 충분한 지원을 통해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재정을 통한 직접 지원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이를 뛰어넘는 정교하면서도 담대한 정책을 통해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나드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으나 해외의 유행 양상을 볼 때 지금은 오히려 코로나 이후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시기이다. 예산 팽창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소지가 없는지,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해외발 변수로 인한 국내 시장의 충격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과잉 유동성을 축소하면서도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이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민생을 되살리는 것은 결국 튼튼한 경제이다. 여야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연착륙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