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제 제안을 받은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기자회견으로 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윤 후보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 "심지어는 저희 당의 불행을 틈타 상중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트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며 "제 진심은 상대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졌다"고 밝혔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자신의 제안에 즉답하지 않고 여론전을 펼치며 제안의 진정성을 폄훼했다며 결렬의 책임을 돌린 것이다. 물론 야권 단일화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지지부진한 선거 공학으로 흐른 데는 윤 후보의 책임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나타낸 이래 이렇다 할 진지한 고민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윤 후보가 '후보 간 담판'을 선호한다거나, 안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는 이른바 '통 큰 양보'를 할 경우 책임총리나 경기도지사 등의 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말들이 측근을 통해 흘러나왔을 뿐이다. 3% 지지율의 군소후보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총리와 내각 절반 양보, 내각제 개헌까지 문서로 합의한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후보 단일화와 같은 파격과 감동의 과정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윤, 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상호불신 속에 이해득실의 지루한 줄다리기로 일관함으로써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말았다.
　

이제 20대 대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8일까지는 불과 8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 안 두 후보 간 단일화 논의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미 국민의 실망이 큰데다 남은 시간도 많지 않아 설사 다시 살아나더라도 그 파괴력은 불투명하다. 국론 분열 속에 대선이 치러지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가 협치와 통합 등 정치교체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지만 두 후보는 이런 기대에 결국 미치지 못했다. 야합의 성격을 띤 일종의 '묻지마 단일화'가 가져온 예고된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단일화 논의가 일종의 블랙홀이 되면서 후보 검증과 정책 비교가 뒷전으로 밀려버린 사태도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대선 후보들은 이제 더는 단일화 등 공방으로 유권자의 피로감을 키워서는 안 된다. 당장 21일로 예정된 TV토론 등을 통해 집권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 리더로서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