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비서실의 다른 직원의 경우 처방받은 약을 이 후보 집으로 배달하고 자택 냉장고와 속옷, 양말, 셔츠 정리 같은 허드렛일을 했다고 폭로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국고를 축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른 방송사는 김 씨가 비서실 법인 카드를 소고기나 회덮밥 구매 같은 사적인 용도로 썼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추후 일과 시간에 법인 카드로 재결제하는 편법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민심의 향방에 중요한 설 연휴 기간 폭로가 이어지자 이 후보는 3일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김 씨도 전날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씨의 사적인 용무를 A씨에게 대신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모 씨 역시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고 해명했다.
　

신속하게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이런 정도의 두루뭉술한 사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일을 일부 직원의 일탈로 규정하는 듯한 표현도 눈에 띈다. 배 씨가 충성심의 발로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인데, 김 씨 또한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더라도 고위 공직자 부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다.
　

김 씨는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녹취록 논란과 관련해 배우자를 포함해 "대통령 옆에서 영향 미칠 사람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을 뜯어보면 하나하나 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감사나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추가적인 사과도 하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흐릿한 공적 의식이다. 혼탁한 대선판에 나온 폭로라서 이번 일을 온전히 사실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경기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 이와 유사한 행태가 여전히 횡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건희 씨 녹취록에도 공·사가 마구 뒤섞인 듯한 발언들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일반 국민의 의식은 벌써 저만치 가 있는데 일부 공직자와 그 가족들은 아직도 특권과 편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윤 양강 후보는 모두 이번 대선에서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이 된다면 가족이나 측근이 공적 영역을 넘나들지 않도록 철저히 막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도 하고 좀 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공약으로 내걸길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