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이 MBC 방송 전파를 탔다. 김씨가 유튜브 매체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투' 등에 대해 다소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등 논란을 빚었다. 3월 대선이 네거티브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치러질까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가 선거 전략의 중추가 돼선 안 된다. 두 후보는 즉각 폭로 내용에 대해 잇따라 사과했다. 하지만 여야 양당의 거센 네거티브 공방은 지속되는 듯 보여 걱정이 앞선다.
　

상대 후보의 허점만을 파고들려는 선거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지난주 같은 날 경제 이슈를 포함한 정책 공약을 대거 내놓은 바 있다. 이 후보는 5대 경제 강국과 디지털 대전환 과제를 제시했다. 윤 후보는 잠재성장률 목표와 부동산 복지 정책을 선언했다. 미래 비전을 보여주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읽힐 수 있겠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지적 속에 대선 경쟁이 본 궤도를 찾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내심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폭로전과 더불어 고소·고발 다툼까지 벌어진다.
　

민주당은 욕설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한 변호사를 고발키로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발언 등으로 이미 고발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를 비롯해 관련 인사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혐의로, 7시간 통화 녹음을 보도한 방송사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위법성 소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난타전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 미래상을 좌우할 대선이 성큼 다가와 있다. 정책 비전과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는 데만도 빠듯해 보인다. 대선의 화두를 재차 고심하고 정립해 나가야 할 때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첫 양자 TV토론 일정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소간 변수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토론 일정은 설 연휴를 즈음해 잡힐 듯하다. 정책 비전·공약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행 근거와 실행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19일 관계 장관회의에서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대선 후보들이 최근 부동산 개발 관련 공약을 내놓았는데 현 부동산 시장 안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 발표 이후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들이 개별 공약 사항을 세심하고 면밀하게 검증해 봐야 할 대목이다. 대선 정국이 진정한 표심을 향해 다가가는 대결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연합